학문의 본질: 문제 해결
“인류에게는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만이 항상 설정된다.”
마르크스의 저서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의 일부이다. 그의 사상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 문장 자체는 상당히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떤 문제가 닥쳐오더라도 인류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마르크스는 그 인류 앞에 놓인 과제, 즉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인 변혁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는 그의 급진적 사상을 전개하는 이론적 밑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장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혁명이나 사회 전복이 아닌, 학문의 힘이라고 말이다.
화학의 발전은 인류를 식량 문제로부터 해방시켰고, 의학의 발전은 인류의 평균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철학은 삶의 무의미와 싸우는 방법을 알려 주었으며, 현대 학문의 최전선에 있는 첨단 과학은 환경 오염과 같은 범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학문의 힘을 통해 인류는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발전해 왔다. 나는 이러한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사용된 수많은 학문 중 경제학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왜 경제학인가?
여러 의미에서 경제학은 ‘문제 해결’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경제 정책’의 의미만 살펴봐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아닌가. 물론 경제학의 모든 분야가 문제 해결에만 목적을 두지는 않는다.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이론과 원리들을 찾아내고 정리하는 것 또한 경제학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다. 실제로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탐구하여 경제 모델을 개발하고, 이론적 바탕을 만들었다. 수식과 논리를 사용한 모델과 이론이 경제학을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학은 단순히 형식적인 이론이나 탁상공론에만 멈춰 있는 학문이 아니다. 마셜이 말했듯,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비로소 경제학자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확립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경제학자들은 실업, 빈부격차, 빈곤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경제학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다. 절대적으로 믿던 경제 이론들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이 가진 비합리성과 마주하며 이론과 숫자의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단순 계산이 아닌, 데이터 분석과 실험을 통해 연구하는 것이 대중화되었고, 빈곤이나 빈부격차 등 현실의 직접적인 문제를 연구 주제로 설정하게 되었다. 이처럼 경제학은 점차 현실의 문제와 밀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제학의 미래
이러한 추세로 미루어 볼 때에, 경제학은 앞으로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중에서도 빈곤과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발전으로 인해 중산층 비율이 높아지며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워진 인류는, 이제 생리적 욕구보다 더 상위의 욕구를 채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자아 초월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이는 빈곤, 기아, 난민처럼 약자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빈곤 퇴치 연구에 대한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이 수여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제학은 이미 인류가 충분한 효율성을 달성하는 대에 기여하였다. 인류가 생산해 내는 재화는 모든 인류에게 풍족한 생활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그다음 과제인 형평성으로 넘어갈 차례이다. 지금까지 주류의 자리를 차지해 온 효율성에 대한 탐구에 비해, 형평성에 대한 탐구는 비교적 비주류였다. 가치판단과의 교집합이 형성되기 때문에 이론과 숫자로 명확히 표현하기 비교적 까다로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다르게 말하면, 여전히 형평성에 대해 알아갈 것이 남아있다는 뜻이며, 현재 재화의 형평성은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알아가기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학은 변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