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가을, 핀란드의 소도시 리히마키(Riihimaki)의 중학생들은 노트북 대신 다시 책과 펜을 들고 등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리히마키는 인구 약 3만 명 규모의 도시로, 2018년부터 핀란드 정부의 디지털 교육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수업을 전자기기 기반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약 6년이 지난 후, 그들은 디지털에서 종이로의 ‘되돌아감’을 선택했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아동과 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신경심리학자 미나 펠토푸로(Minna Peltopuro)는 이 정책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오랜 기간에 걸친 관찰과 분석을 통해 디지털 환경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왔다. 그녀는 지나치게 많은 화면 노출(약 6시간)이 학생들의 시력을 약화시키고, 안구 건조증이나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정신적 불안과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펠토푸로는 특히 집중력과 감정 조절 능력의 저하에 주목한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학생들은 쉽게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되고, 실제 학습보다는 멀티태스킹에 빠지기 쉬워진다. 예를 들어 수학 과제를 하다가도 메시지 알림에 반응하거나, 다른 창으로 넘어가 검색을 하는 식이다. 그녀는 “아이들은 아직 자기통제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기가 주는 자극에 쉽게 끌리고 학습 흐름이 깨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리히마키는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교사, 학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에서는 디지털 교재가 학습 집중도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응답이 다수였고, 수면 문제나 정서 불안, 신체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도 관찰되었다. 이 과정에서 펠토푸로는 전문가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설문 결과를 분석하고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했다.
결국 리히마키는 일부 과목에서 종이 교재와 필기도구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은 영어, 수학, 독일어, 스웨덴어 등의 수업에서 더 이상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책장을 넘기며 공부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는 여전히 필요한 경우에 한해 보조 도구로 사용되지만 기본적인 학습 자료는 종이 기반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교육 방식의 전환만이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의 삶의 질과 미래의 학습 태도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기술은 분명 편리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리히마키의 사례는 디지털 중심 교육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보다 균형 잡힌 학습 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움직임은 핀란드를 넘어 다른 나라들에서도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역시 태블릿, 노트북, 전자칠판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 교육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만큼, ‘무엇이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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