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부계정을 이용할까?—인스타그램 상에서의 멀티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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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Gamma)

인스타그램과 부계정의 사용

2025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25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 중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티 형성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한 사람이 최대 다섯 개의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데, 최근 여러 개의 계정을 사용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본계정과 부계정을 구분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상에서 본계정이란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계정으로, 사용자들이 훌륭하고 완벽한 삶을 보여주는 공간을 말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계정이란 사용자들이 더 개인적인 비밀스러운 내용을 선택적 친구 집단과 공유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덜 편집되고, 덜 여과된 삶을 자신이 원하는 일부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한다. 부계정은 매우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판단 당할 걱정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2018년의 연구에 따르면,사람들은 공개적인 플랫폼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통제감을 느끼며 자기공개를 하기 위해 부계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공개적인 인스타그램 공간(본계정)에서 사용자의 자기 표현은 모든 청중에게 규범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평범한’ 수준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표현을 위해 부계정을 사용하는 것이다.

부계정을 사용하는 5가지 동기

인스타그램 사용이 일상이 된 오늘날, 많은 이용자들은 부계정을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만큼 자기 표현을 하기 위해서 부계정을 사용하지만, 그것이 부계정을 사용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다음은 최근 연구에서 밝혀낸 부계정 사용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동기다.


1. 나만의 비밀공간 추구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해당하는 동기 유형이다. 이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부계정을 만드는데, 여기에는 “남들이 내 행동을 평가할까 봐 부담스럽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학교 친구나 가족이 팔로우하고 있는 본계정 대신 비공개 부계정에 감정을 털어놓거나 직장 동료와의 연결이 부담스러워 취미나 고민을 털어놓는 별도 계정을 운영하는 직장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2. 재미 추구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소하게 소통하거나, 친한 친구들끼리만 유머나 사적인 콘텐츠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부계정을 사용하는 유형 동기이다. 예시로, 밈(meme) 계정을 운영하며 친구들과 유머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덕질용 계정에서 좋아하는 아이돌 팬들과만 소통하는 이용자들을 들 수 있다.

3. 정보 추구

부계정은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연예계 소식, 맛집 정보, 여행지 후기 등 다양한 정보 탐색 욕구와 관련 있다. 예컨대, 연예인 팬계정으로 소속사 공지 및 연예인의 최신 소식을 빠르게 체크하는 사람, 또는 여러 지역 맛집을 팔로우하며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이들이 정보 추구형 사용자에 해당한다.

4. 정보 기록 추구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하거나, 특정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싶을 때 부계정을 사용하는 동기 유형이다. 이는 개인 다이어리 같은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운동 루틴이나 식단을 올리며 관리하는 계정, 혹은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사진을 일기처럼 남기는 여행 기록 계정이 이에 해당한다.

5. 자기 지위 추구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특정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욕구도 부계정 사용의 동기다. 일종의 셀프 브랜딩 혹은 소셜 퍼포먼스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어 자기 전공이나 일과 관련된 게시물만 올리는 계정, 또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상적으로 꾸며 어필하는 SNS 인플루언서 등이 대표적이다.

부계정과 멀티 페르소나

인스타그램에서 부계정을 운영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나타난다. 멀티 페르소나란 멀티(multi: 다중)와 페르소나(persona: 가면)의 합성어로, 배우들이 상황에 맞춰 가면을 바꿔 쓰며 다양한 정체성과 자아를 보여주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개인은 대인 관계 및 사회적 상황 안에서 요구되는 역할에 따라 다중 자아를 드러내다. 다시 말해,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직장 생활을 할 때의 모습,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이 모두 다른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상에서의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이는 사용자들이 본계정과 부계정 각각에서 상이한 모습과 태도를 보이며 계정별로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집단 역시 구분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 부계정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두 계정 속 자아를 구별해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며, 부계정에서의 자신이 실제 정체성과 더 밀접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경향은 이용자들이 상황에 따라 다른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자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온라인 공간에서도 오프라인과 유사한 방식의 자아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스타그램 상에서 멀티 페르소나는 현대인의 다양성과 복합적인 자아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허언증(Digital Mythomania)이라는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디지털 허언증이란 SNS에 꾸며진 자아를 반복적으로 게시하고, 이를 자신이 실제로 그런 사람이라 믿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고급 소비나 감정 표현을 인스타그램에서 과장되게 연출 및 지속하면서 점점 현실과 이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실제로 가천대 길병원의 나경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SNS에 거짓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올리다 자괴감과 심리적 괴리감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부계정을 통한 다양한 자아를 표현은 긍정적인 자아 확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현실 도피적 이미지 만들기’에 갇혀 인스타그램 부계정에서의 자아가 점차 본인의 정체성을 지배하게 되어 심리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건강하게 멀티 페르소나를 활용하려면—건강한 멀티 페르소나 활용을 위한 4가지 방법

멀티 페르소나가 일상화된 현대에서는 자아를 풍부하게 표현하면서도 자아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일종의 ‘균형 감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상에서 여러 자아를 건강하게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계정마다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기
여러 개의 계정을 운영할 경우, 각 계정의 용도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메인 계정은 일상 공유와 대외 이미지 관리를, 부계정은 감정 표현이나 취미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계정마다 말투나 콘텐츠의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면 자아 간의 혼란을 줄이고 명확한 정체성 분리가 가능하다.

공개 범위와 경계 설정하기
모든 자아를 모두에게 공개할 필요는 없다. 부계정은 비공개 설정을 통해 팔로워 요청을 직접 관리하고, 자신의 심리적 경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콘텐츠는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은가?’라는 기준을 갖고 운영하면 보다 안정적인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 특히 감정 표현이나 민감한 주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소수와 공유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자기 성찰의 시간 갖기
인스타그램 속 자아와 실제 자아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성격 테스트나 일기 쓰기, 명상 등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진짜 나와 다시 연결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SNS는 어디까지나 ‘나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

인스타그램 디톡스로 자아 피로도 줄이기
멀티 페르소나를 장기간 유지하면 심리적 에너지 소모가 누적될 수 있다. 한 달에 하루, 혹은 매주 하루는 인스타그램 사용을 의도적으로 멈추고,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SNS 앱의 알림을 꺼두거나 스크린타임 제한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사용 습관을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스타그램에서의 멀티 페르소나는 자아의 다양한 측면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부계정을 통해 감정이나 취향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현실의 자아보다 온라인 속 이미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면, 자칫 ‘보여주기 위한 자아’에 스스로 갇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활용할 때는 단순히 ‘또 다른 나’를 꾸미는 것을 넘어, 그 자아가 실제 삶과 건강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할 필요가 있다. 멀티 페르소나의 핵심은 자아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확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Yes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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