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복귀 선언, 진짜 수습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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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링’ 피하려는 복귀 결정… 교육부와 대학, 구조 개혁 나설 기회로 삼아야

수개월간 학사 거부를 이어오던 전국 의대생들이 전격적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언뜻 보면 사태의 마침표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교육 제도 전반에 던지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이번 ‘복귀 선언’은 한국 고등교육 시스템이 장기적 계획과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단순한 학사 복귀를 넘어서는 교육적 과제를 남겼다.

복귀, 타이밍이 만든 결정

의대생들이 돌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신념’보다 ‘현실’이 우선이었다. 내년부터 발생할 수 있는 이른바 ‘트리플링’ 상황 (24·25·26학번 세 학년이 동시에 실습과 수업을 듣게 되는 교육 인프라 붕괴 위기)를 의대생 본인들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교육부가 제시한 ‘유급 기준 완화’나 ‘학사 유연화’ 등의 정책 만으로는 학생들의 복귀를 이끌어낼 수 없었음을 방증한다.

위기의 본질은 ‘정원 확대’가 아니다

이번 사태는 단지 의대 정원 확대의 옳고 그름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의 핵심은 어떤 준비 없이 정원을 늘리면 어떤 교육적 혼란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살아 있는 사례였다. 한국 교육은 그동안 ‘정원’이라는 숫자에 매달려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와 철학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의과대학처럼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에서는, 강의실의 크기나 병원 실습 공간, 교수진 수보다 훨씬 더 정교한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트리플링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도 유사한 교육 과잉이 의료 질 하락으로 이어졌던 전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대학은 수동적 피해자인가?

대학 측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주말 수업’, ‘계절학기’, ‘집중 이수제’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복귀 시점이 되기까지 대학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가? 한국의 대학은 여전히 정책 수용자이자 행정 집행기관의 역할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교육 개혁은 대학이 교육 철학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올 때 시작된다. ‘정원이 늘었으니 커리큘럼을 조정하라’는 지시는 결코 학문 공동체의 방식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대학은 보다 적극적 정책 참여자로 나서야 한다.

교육부는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교육부 또한 반성해야 한다. 유급 기준을 완화하고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처방’일 뿐, ‘진단’이 아니다. 교육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음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 지금의 의대 교육 커리큘럼은 과연 현대 의료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가?
  • 의사라는 직업은 수치로 조정 가능한 공급 대상인가, 아니면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공공 자원인가?
  • 정원 확대 외에,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일 실질적 방안은 무엇인가?

학생들은 돌아왔다, 하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복귀 선언은 학사 일정 복구라는 좁은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진전이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진 정치화 된 의료 교육 갈등, 불투명한 정책 결정, 학사 구조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교육부와 대학, 정치권이 함께 ‘공공 교육 시스템’을 재설계할 수 있는 기회다.

이제는 복귀를 넘어서, 묻고 설계하고 책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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