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왜 말투까지 신경 써야 할까?
브랜드와 소비자가 소통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고, 멋진 광고를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어려운 시대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관심과 행동이 빠르게 변하면서, 브랜드는 ‘어떻게 말하느냐’라는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과거에는 기업이 언제나 공손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요즘은 브랜드가 마치 사람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소비자에게 말을 건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 특히 Threads나 X(구 트위터)와 같이 짧은 글로 소통하는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서는 브랜드의 말투가 브랜드의 성격과 태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짧은 문장 하나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결정짓고,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떻게 기억할지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브랜드에게 ‘말투’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고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핵심 전략이 되었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브랜드 말투의 중요성을 직접 보여주는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브랜드가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이유 — Chipotle와 라카(LAKA)의 사례
말투 하나가 브랜드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Chipotle(치폴레)가 있다. 치폴레는 X(구 트위터)에서 기업다운 딱딱한 말투 대신에 소비자들과 친구처럼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예를 들어 ‘not me getting Chipotle again’이라는 트윗은, 브랜드가 먼저 소비자의 말투를 흉내 내며 소통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Just like me fr(나랑 진짜 똑같네)’이라고 댓글을 달자, 치폴레는 ‘hey twin -xavy’라고 친근하게 응수했다. 이런 대화는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는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을 높인다.
국내에서도 이런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가 있다. 라카(LAKA)는 스레드(Threads)에서 소비자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라카는 ‘제품 발색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봐!!!! 실시간으로 찍어서 보여줄게요~’라며 친구에게 말하듯 게시글을 올렸고, 실제로 소비자들의 질문이 달리자 사무실에서 직접 제품 발색 영상을 찍어 답변했다. 영상 파일명도 ‘전지적 과장님 시점.mp4’라는 위트 있는 제목을 달아, 브랜드가 단순한 기업이 아닌 ‘친구’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단순히 유머러스하게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소비자가 브랜드와의 대화를 ‘정보 전달’로 느끼지 않도록,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그 고민이 말투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결국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 브랜드가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형성된다.
말투 하나로 달라지는 소비자 반응 — 데이터로 본 효과
이러한 브랜드 말투의 효과는 감성적인 느낌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데이터로도 말투가 소비자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2023년 발표된 연구 <Human Versus Corporate Tone of Voice>는 인도네시아 주요 통신사들의 SNS 말투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기업형 말투와 사람처럼 말하는 ‘human-like tone’을 구분하여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는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에서 평균 13% 높은 점수를 받았고, 감정적 친밀감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재구매 의도 역시 사람 같은 말투를 쓰는 브랜드가 더 높았다.
이 연구는 말투가 단순히 브랜드의 스타일이 아니라, 신뢰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말투 하나 바꾸는 것’으로 소비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장기적인 고객 관계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이터적 근거인 셈이다.
브랜드가 굳이 사람처럼 말하는 이유
그렇다면 브랜드는 왜 굳이 사람처럼 말하려고 할까? 그저 트렌드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만큼이나 ‘이 브랜드가 나와 얼마나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MZ세대는 상하 관계처럼 느껴지는 기업형 언어를 부담스러워한다. 오히려 같은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일상적인 감정과 유머를 공유하는 브랜드에 더 큰 호감을 느낀다. 브랜드 입장에서 말투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다. 소비자와 정서적 관계를 맺는 방식이고, 브랜드의 태도와 성격을 각인시키는 수단이며, 장기적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적 자산이다.
말투 하나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우리 편’처럼 다가갈 수 있고,
반대로 딱딱하고 거리감 있는 말투는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벽을 만들 수 있다.
결국 Tone이 Trust로 이어진다는 법칙은,
지금 시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공식이 되었다.
브랜드가 고민해야 할 질문은 ‘무엇을 말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말할까’이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브랜드의 정체성, 소비자와의 관계,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브랜드가 선택하는 말투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콘텐츠의 주제와 제품의 퀄리티가 아무리 뛰어나도,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텍스트 기반 플랫폼은 브랜드가 어떤 사람처럼 느껴지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친근하고 유쾌한 말투로 소비자와 신뢰를 쌓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지금 시대 가장 강력한 마케팅 무기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브랜드가 새로운 ‘말하기 방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해본다.
참고 논문:
Ahmadiyah, R. et al. (2023). Human Versus Corporate Tone of Voice: Which One Performs Better in the Telecommunication Industry? Jurnal Komunikasi Ikatan Sarjana Komunikasi Indonesia, 8(1), 50–64. https://doi.org/10.25008/jkiski.v8i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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