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 착각을 설명하는 행동경제학 사례: 부존 효과와 틀 효과
‘인간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상식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선택하고,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을 획득하려 한다. 흔히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라는 말로 정리되는 명제이자, 고전 경제학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었던 전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이 명제의 진실성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1970년 초, 심리학자인 카네만(D.Kahneman)과 트버스키(A. Tversky)로 인해 시작된 일련의 연구들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완전한 합리성과는 거리가 있고, 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독특한 경향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합리성에 반하는 여러 경우 중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부존 효과
경제학자가 코넬대학교 학생들에게 학교 로고가 그려져 있는 머그잔을 나누어 주는 실험을 하였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한 강의실 안의 학생들 중 무작위로 절반을 선정하여 머그잔을 나누어 준 후 머그잔을 받은 절반과 그렇지 못한 절반 사이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관찰하였다. 머그잔을 받은 a와 그렇지 못한 b가 있을 때, a가 머그잔을 팔고자 하는 최소 금액과, b가 머그잔을 사고자 하는 최대 금액을 물었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물건의 가치와 동일한 만큼의 재화를 지불하고자 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a가 생각하는 머그잔의 가치와 b가 생각하는 머그잔의 가치를 물은 셈이다.
학생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머그잔을 나누어 주었으므로, 머그잔은 받은 학생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이든 동일한 머그잔에 대해 평균적으로 비슷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A 집합과 B 집합이 각각 머그잔에 매긴 가격이 비슷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머그잔을 팔고자 하는 A가 매긴 가격이, 머그잔을 사고자 하는 B가 생각한 가격보다 유의하게 컸던 것이다. 다시 말해, 머그잔을 소유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머그잔에 대해 더 높은 가치를 매겼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경제학자들의 합의한 결론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물건을 포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받을 때야 비로소 그 물건을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부존 효과(endowment effect)이다.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는 재화의 소유 여부가 그 재화의 가치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지만, 사람들의 심리로 인해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틀 효과
어떤 나라에 전염병이 돌아 6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정부는 논의를 거쳐 두 가지 대책을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둘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지 물었다
- 사망자의 수를 200명 줄임.
- 1/3의 확률로 사망자를 600명 줄이고, 2/3의 확률로 사망자를 전혀 줄이지 못함.
위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 대책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정부는 또 한 번의 조사를 실시했다.
- 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함.
- 1/3의 확률로 사망자를 완전히 없애고, 2/3의 확률로 600명의 사망자 발생.
전의 조사에서는 1번 대책이 더 지지를 받은 반면, 이번 조사에는 2번 대책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보인다. 표현만 바꾸었을 뿐, 전자와 후자의 조사는 모두 동일한 대책에 대해 다루고 있다. 1번 대책을 선호하던 사람들도, 표현이 바뀌면서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어떤 현상에 대한 묘사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그에 대한 선호가 바뀌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틀(framing)이다. 전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가’라는 틀로 문제를 인식하는 반면, 후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게 되는가’라는 틀로 바꾸어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이것이 틀 효과(framing effect)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을 다른 틀에 맞추어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 그중 어떤 틀에 맞추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결정을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이러한 현상들은 사람들의 판단이 단순한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요인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우리 자신을 합리적인 존재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수많은 경우를 마주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비합리성을 인지하고 나서야 비로소 합리적인 결과를 향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의 비합리적인 면에 대해 탐구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이다. 비합리적인 면모를 인정하고, 그것을 보완하며 더 균형잡힌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함이다.





